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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사서 지을까 집 사서 고칠까
윤세상 지음 / 휴(休) / 2016년 7월
평점 :
나는 단독주택세대다. 곧 집에서 나고 자랐다. 아파트먼트로 옮긴 건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2학년때였다. 물론 내 선택은 아니었다. 부모를 따라 이사했을 뿐이다. 이후 나는 상자곽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먼트에서 지낸 기간이 더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집에 대한 기억은 늘 유년시절 뿐이다. 비록 좁았지만 마당도 있었고 다락에 올라가 노느라 시간가는줄 몰랐다. 화장실이 집밖에 있어 무서웠던 느낌도 생생하다.이 모든 추억은 깡그리 사라져버렸다. 희한한건 아파트먼트에 살면서부터는 집에 대한 그 어떤 메모리도 생성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나마 나는 주택에 살았던 경험이라도 있어 이렇게 과거를 더듬을 수 있지만 나면서부터 박스에서 지낸 아이들은 과연 집을 어떻게 떠올릴까?
<땅 사서 지을까 집 사서 고칠까>는 근래에 나온 무수한 집관련 책들가운데에서 돋보인다. 저자 스스로가 수많은 주택 시공이 있는 전문가로 매우 꼼꼼하고 실용적으로 대안을 제시한다. 예를 들면 땅을 사서 지어 유리한 경우와 이미 있는 집을 고쳐 새로 사는 케이스의 장단점을 자세히 알려준다. 한가지 분명한 사실은 투기 목적으로 땅을 사거나 집을 지을 사람은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다. 집의 본질이 무엇인지 깊게 생각하고 주택의 의미를 되새길줄 아는 이들에게만 귀한 도서다.
덧붙이는 말
콘크리트 박스가 지겨워 짬짬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 집을 보고 있다. 아직까지 딱히 마음에 드는 곳은 발견하지 못했다. 하나가 마음에 들면 다른 구석이 성에 차지 않는 식이다. 그럼에도 내가 내린 중간 결론은 집보다 지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집은 어느때고 부수거나 옮길 수 있지만 동네는 그러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