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루밑 아리에티 (2disc)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 / 챔프영상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걸리버 여행기>는 소인국의 이야기부터 전개된다. 만약 대인국이 먼저였다면 어땠을까? 재미가 반감했을 것이다. 작은 사람들 앞에서 우쭐거리는 기쁨이 큰 인간들에게서 느끼는 위압감보다 먼져였울테니까.

 

<마루밑 아리에티>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에니메이션이다. 우리 주변에 작은 인간들이 살고 있다는 가정을 하고 그들이 점차 사라지는 현실을 묘사하고 있다. 특이한 사실은 그들은 사람들의 음식이나 물건을 훔치는게 아니라 빌린다고 표현한다는 점이다. 과연 맞는 말인가?

 

현실세계에서도 크고 작은 사람들이 있다. 단지 키 차이만은 아니다. 많이 가진 자와 덜 있는 사람들이 같은 하늘아래 동일한 땅을 디디고 살아간다.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을 욕한다. 왜 더 열심히 일하지 않냐고. 그러나 가난뱅이들은 아무리 노력해봤자 부질없는 짓이라고 한숨짓는다. 큰 욕심없으니 먹고 살게만 해주면 안될까?

 

세상은 제로섬게임이다. 누군가 이득을 얻으면 다른 어느 한 구석에서는 손해를 보고 눈물짓는다. 전 재산을 빼앗기고 무력감에 빠진 사람에게 당신은 왜 이렇게 게으르냐며 손가락질할 수 있겠는가? 차라리 내 눈앞에서 사라져버려, 라고 하지 않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약자는 서로를 알아보는 법. 종족 멸망의 위기앞에 구세주가 등장한다. 요양차 시골집에 온 쇼우. 그는 아리에타를 도와 새로운 보금자리를 알아봐준다.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은 가진 자들 위주로 사회를 철저하게 재편했다. 다행히(?) 새 대통령이 선출되어 바른 길로 들어서려고 하지만 이미 돈맛을 알아버린 돼지들이 가만 있을지 의심이 든다. 더욱 불쌍한 것은 돼지들 곁을 얼쩡거리며 씹다버린 이빨 사이에 낀 찌꺼리를 두고 박터지게 싸우는 우매한 인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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