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원이 된 미술관 - 우리는 왜 미술 앞에서 구경꾼이 되었는가
니콜레 체프터 지음, 오공훈 옮김 / 자음과모음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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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 욕을 먹던 시기가 있다. 우리에 동물을 가두어 두는 것 자체가 비인간적이라는 거다. 아니 비동물적이라는 말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동물의 특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물원이 반드시 문제가 많은 시설만은 아니다. 오히려 야생에서 떨어져나와 보호받는 측면도 있다. 여하튼 중요한 건 눈에 보이는 대로 믿어서는 안된다.

 

유럽에 여행가면 반드시 들르는 곳이 미술관이다. 아무리 문외한이더라도 모나리자를 보지 않고 오면 왠지 찜찜하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명 전시관에는 연일 사람들로 들끓는다. 일종의 과시효과다.

 

문제는 미술작품을 동물처럼 바라보는 바람에 미술관이 동물원이 된다는 것이다. 곧 우루루 몰려다니며 아 저건 호랑이 이건 기린하며 유명 작품에 눈도장만 찍고 진정한 감상은 하지 않는다. 아니 할 여유가 없다.

 

저자의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다. 우리의 현실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집 근처 현대미술관을 들러도 인사동의 전시실에 가도 사람들로 복작이는 장면을 단 한번도 본 적이 없다. 아주 가끔 외국 유명 화가의 작품이 오면 사정은 달라지지만 그것도 오픈빨이 통하는 며칠 뿐이다. 동물원이 되어도 좋으니 미술관이 사람들로 붐비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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