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웨이 프롬 허
사라 폴리 감독, 고든 핀셋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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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맞이하는 방식은 제각각 다르다. 나라마다 받아들이는 경향 또한 같지 않다. 우리의 경우 살아있을 때 죽음을 떠올리는 것을 금기시한다. 누구나 자신은 죽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다. 마치 죽음 이후에도 삶이 연장될 것처럼. 자신이 죽고나서 펼쳐지게될 복잡다단한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배려를 하지 못하고 오로지 생에만 집중한다.

 

서양은 반대다. 모든 법적 문제를 미리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고 예기치 못한 죽음에도 대비를 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다. 몸과 마음이 온전할 때 대비해야만 후환이 없다는 뜻이다.

 

영화 <어웨이 프롬 허>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인 앨리스 먼로가 끈 소설이 원작이다. 어느날 치매기운을 느끼는 아내. 남편은 고민하다 요양원에 그녀를 보내기로 하고 주말에 찾아가 얼굴을 마주하기로 한다. 이러한 설정 자체부터가 우이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과거 고려장문화를 생각하면 딱히 이상한 것은 아니다. 부부애든 효도든 정신이 온전치 못하는 이와 함께 하는 것은 지옥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순간 영화는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한다. 치매 문제를 다루는 듯하더니 애정 행각으로 변한다. 요양원에 간 아내가 다른 남자와 사랑에 빠진 것이다. 자신과의 기억은 점점 희미해져가는데 부인은 새로운 사랑에 들떠 설레는 감정을 가감없이 털어놓는다. 남자는 고민한다. 딴 남자에게 마음을 준 아내를 용서할 것인가? 아니면 그렇지 않을 것인가?

 

원작에서도 이 부분은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알츠하이머를 앓는 부인을 과연 남남으로 볼 거이냐, 아니면 여전히 아내로 대해야 하는가? 이제 환자는 부인인 아니라 남편이다. 치매 걸린 부인은 행복에 겨워하는데 그런 아내를 보는 남자는 속이 타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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