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테호른
디데릭 에빙어 감독, 톤 카스 외 출연 / 이오스엔터 / 2014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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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60이 되면 집 안의 책이나 씨디 등을 죄다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죽을 때까지 읽고 들을 딱 10권의 책과 10장의 음반만 골라야 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그만큼 많다는 뜻이 아니라 집이 좁다는 말이다. 과연 실행에 옮길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이건 이대로 사연이 있고 저건 저것대로 추억이 쌓여있고 하면 차일피이하지 않을까?

 

<마테호른>은 베트스 텐은 아니지만 소장할 가치가 있는 영화다. 새벽에 틀어주는 영화의 도입부만 보고 잠이 들었다가 마음 먹고 처음부터 다시 보고 나서 내린 결론이다. 아내를 잃고 아들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채 영화는 시작한다. 혼자 외롭게 그러나 엄격하게 살아가던 한 중년 아저씨에게 동네 부랑아가 나타난다. 먹이고 재우며 문명을 깨닫게 하던 어느날 동물흉내를 내는 뜻밖의 재능을 발견하고 파티 행사에 나가게 된다. 동네에서는 호모라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어떻게 하나 고민하던 차에 에라 모르겠다 하고 아예 함께 살 생각을 갖고 주민센터를 찾아갔다니 왠걸. 그는 주소지도 명확한 멀쩡한 남자였다. 살짝 미치기 전까지는.

 

이제 그는 다시 고독에 휩싸였다. 예전처럼. 동네 사람들도 그에게 다시 마음의 문을 여는데 홀연히 부랑자가 짠하고 나타난다. 사람이 없던 자리는 티가 나게 마련이다. 그리움은 사랑에 되어 둘은 결혼을 약속하게 되는데 그 언약 뒤에는 어마어마한 비밀이 도사리고 있다.

 

<마테호른>은 좋은 영화다. 인간이라는 심연과 관계라는 미궁을 자극적인 영상없이도 충분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거기에 바흐까지 더했으니 말해 무엇하겠는가?

 

덧붙이는 말

 

영화에 소개된 바흐의 음악이 너무 좋아 수록곡목을 찾고 있는데 도무지 발견하지 못하겠다. 네덜란드 영화라는 편견때문인지 아예 정보가 없다. 오에스티자체가 발간되지 않은 듯하다. 혹시 이 영화에 수록된 바흐 음악 전체의 곡목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답글을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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