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블즈 디럭스 에디션 1 시공그래픽노블
빌 윌링험 지음, 이수현 옮김, 마크 버킹험 외 그림 / 시공사(만화)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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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만화가 어색한 이유는 단지 등장인물이 외국인이고 스토리가 익숙하지 않아서는 아니다. 만화라는 형식을 파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곧 일본의 애니는 컷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자재로 표현하기 때문에 생동감이 넘친다. 반면 서양은 주어진 칸을 벗어나지 않고 대사는 반드시 말풍선에 갇혀 있다.

 

<페리블즈 디럭스 에디션>도 틀은 깨지 못하고 있다. 컷은 답답하고 대사는 너무 많고 글자크기는 지나치게 작아 읽기에 부담스럽다. 그럼에도 이 만화 시리즈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대담한 상상력 덕이다.

 

"천 년 가까이 기복도 없는 결혼생활을 하려고 해 봐요."

 

첫 문장을 읽는 순간 가슴이 덜컹 내려앉는 느낌을 가졌다면 어떤 심정인지 잘 알 것이다. 사랑의 감정은 사라지고 생활고에 찌들어 마주보기만 해도 짜증이 나는 부부에게 결혼생활이란 지옥이나 다름없음을 이토록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 만화는 어른 동화다. 일상과 판타지를 오고가는 이야기들이 혼을 쏙 빼놓는다. 인내심을 갖고 꼼꼼이 대사를 읽어나가다보면 어느새 등뒤에 날개가 솟아 나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자, 이제 남은 것은 가볍게 훌쩍 날아갈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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