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머 씨 이야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장 자끄 상뻬 그림 / 열린책들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발음도 어려운 쥐스킨트의 소설이 풍미하던 시절이 있었다. 나오는 족족 베스트셀러가 되어 우리나라에까지 꽤 많은 추종자를 거느렸다. 나도 예외가 아니었다. 희한하지만 묘하게 설득력있는 이야기에 매료되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딜레마와 아이러니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작가의 능력이 빼어났다. 그렇게 빠져지내던 어느날 <좀머 씨 이야기>를 읽고나서 급 우울해졌다. 아, 이제 더이상 쥐스킨트의 글은 보지 못하겠구나, 라는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소설속에서 자신의 신경을 거스르는 모든 것들로부터 계속 도망치던 주인공인 곧 작가라는 사실을 알아 챘다. 아니나 다를까 이 작품을 끝으로 그는 더이상 어떤 글도 쓰지 않고, 정확하게 말하면 발표하지 않고, 세상에서 사라져버렸다. 쥐스킨트의 거대한 서사가 어이없이 무너져 버리는 순간이었다. 한가지 다행이라면 그의 최후가 좀머 씨로 막을 내렸다는 점이다. 더이상 어떤 말도 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인간이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는 할 수 있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었다. 독자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파트리크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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