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헌트
토마스 빈터베르크 감독, 매즈 미켈슨 외 출연 / 하은미디어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영화에 대한 정보를 전혀 갖지 않고 극장에 가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 말 그래도 모 아니면 도다. 깜짝 놀랄만한 명작이거나 돈 주고 보기도 아까운 쓰레기거나. <더 헌트>는 전자였다. 덴마크 영화라는 것도 깐느 영하제에서 극찬을 받았다는 사실도 모른채 그저 시간이 남아 보았다.

 

첫 장면부터 예사롭지 않다. 중년 남자들이 마치 어린시절로 돌아간듯 흥겹게 어울려 노는 장면이 불안하게 전개된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가 폐쇄되는 바람에 유치원에서 임시로 일하게 된 주인공이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된다. 아동 성학대. 여자 아이 앞에서 심볼을 드러낸채 유사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다. 영화를 보는 관객은 헷갈리기 시작한다. 분명히 화면에서는 남자가 무죄임을 강변하지만 마음속으로는 혹시하는. 감독은 이 점을 노렸다. 자신이 직접 보거나 듣지 않았지만 동네 사람들을 포함하여 친한 친구들까지 그를 의심한다.

 

좋은 영화의 두 가지 기준은 딜레마와 아이러니다. 곧 어쩌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야 한다. 또한 고심껏에 내린 결정이 뜻밖이어야 한다. <더 헌트>는 이 조건을 충족하고도 남는다. 남자는 선택을 해야 한다. 조용히 물러나는 선에서 매듭을 짓느냐, 아니면 끝까지 싸우느냐.

 

그러나 이미 결정은 내려졌다. 아무리 죄가 없음이 밝혀진다고 하더라도 그는 죄인이다. 영원한 낙인이 찍혔다. 어찌어찌 일상으로 돌아와 아무일 없던 것처럼 어울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누군가는 그를 한없이 역겨워한다. 그리고 총알을 날린다.

 

덧붙이는 말

 

사회학은 쓸모없는 학문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자연과학이 우주와 생명의 원리를 따지고 심리학이나 철학이 인간 본연의 마음을 헤어리는데 반해 사회학은 중간에 걸쳐 이도저도 아닌 용어들만 만들어낸다. 그럼에도 학문으로 살아남으려면 <더 헌트>같은 영화를 교재로 삼아야 한다. 이 영화처럼 낙인이론labeling theory을 사실적으로 드러낸 작품은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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