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시 장인: 지로의 꿈
데이빗 겔브 감독, 오노 지로 외 출연 / 아트서비스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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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은 손을 쓰는 사람이다. 머리보다는 손끝으로 전해지는 감각을 온 몸으로 구현해내야 한다. 횟집 요리사는 자격이 있다. 생선을 다듬어 회를 뜨는 일은 매우 어렵다. 물론 대충 발라내는 거야 일정 정도 노력을 하면 해낼 수 있지만 정교하게 회맛을 내기란 일정 경지에 올라야만 가능하다.

 

지로는 달인이다. 한 자리에서 성실하게 스시를 만든다. 실력에 앞서 존경스러운 점은 늘 한결같이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한다는 사실이다. 빌딩 지하 좁은 요리집에서 몇 십년간 같은 일을 하면서도 즐거움을 유지하려면 스시에 미치지 않고서는 불가능할텐데.

 

글을 쓰다보면 연관된 생각이 떠올라 미처 마무리 짓지 못하고 다른 글을 집필할 때도 있다. 그렇게 되면 십중팔구 둘 다 망친다. 그럴 때 즉흥적인 글감은 제목만 적어두고 일단 쓰던 글부터 마무리한다. <스시 장인>도 문득 떠올랐다. 왜인지는 모르겠다. 우선 타이틀만 달아놓고 쓰던 글을 끝내면 다시 시작하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이란 간사해서 일을 마친고 나니 다시 새로운 글을 쓰기가 싫어졌다. 조금 쉬었다 하지 라고 자신을 합리화하고 있다보니 몸도 마음도 게을러졌다. 그 때 다시 지로를 떠올렸다. 지로라면 어떻게 했을까? 군말없이 앞치마를 고쳐 매고 피곤한 내색도 없이 바로 칼을 들었겠지. 나도 불평없이 노트북을 켜고 키보드를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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