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의 생명 Life - 위대한 석학 21인이 말하는 생명의 기원과 진화, 그리고 최첨단 생명과학 베스트 오브 엣지 시리즈 5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이한음 옮김 / 와이즈베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도서관에서 빌린 책들 가운데는 첫 페이지도 보지 못하도 기한이 되어 허둥지둥 반납하는 경우가 있다. <궁극의 생명>도 그런 위기에 처할 뻔한 책이었다. 일단 옴니버스 방식이라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죽지 되든 밥이 되든 책은 한 저자의 생각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 사람 저 사람 이름 좀 있다는 분들의 글을 짜집기한 책치고 볼만한 책은 없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이미 익숙한 도킨스의 글은 건너 뛰고 흥미로운 주제만 보고 반납통에 넣어야겠다고 뒤적이다 대니얼 리버만의 <뇌 더하기 근육>을 읽고 숨이 멎는 듯한 충격에 빠졌다. 채근담에 나온 이야기처럼 비스듬히 누워있던 몸을 곧바로 세우게 하고 대충 보던 앞머리글까지 다시 읽게 하는 놀라운 체험이었다.

 

 

 

리버만은 생명의 근원은 뇌가 아니라 몸, 구체적으로 근육이라고 주장한다. 곧 근육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뇌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는 실례로 아프리카에 뛰어난 마라토너들이 많은이유가 발앞굼치를 지면에 대는 습관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운동화를 신지 않고 맨발로 뛰어다니는 습성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앞굼치를 활용한 결과 허리통증과 같은 현대병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운동화를 신고 뒷꿈치를 먼저 아스팔트에 대는 바람에 병이 생긴다는 뜻이다. 사실 인간을 동물로 본다면 리버만의 시각은 당연하다. 문제는 문명화가 편한 것만을 추구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을 저버리고 도리어 병을 키운다는 사실이다.

 

 

 

이 글 하나만으로 본전은 충분히 챙겼지만 생명학의 최전선을 누비는 전사들의 다른 글들이 즐비하니 부디 나같은 우를 범하지 마시길. 밤새워 읽으라는 건 이런 책을 두고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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