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 인문학 - 아는 만큼 꼬신다
김갑수 지음 / 살림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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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나 심포지옴에 가면 미리 읽어볼만한 자료를 나누어 준다. 나는 발표자가 말을 하기에 앞서 자료를 천천히 읽어본다. 한 줄, 두 줄, 세 줄째쯤 읽었을 때 내용이 명료하지 않고 비문이면 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바깥으로 나간다. 잘 알지 못하고 글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런 사람이 입밖으로 내는 말은 들으나마나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덧붙여 거창하게 지껄이더라도.

 

깁갑수는 잡다하게 많이 아는 사람이다. 어떤 주제든 물어보면 모르는게 없는 것처럼 답을 한다. 장점이다. 정치 토크쇼에, 연예 프로그램에, 음악방송에 부르면 부르는대로 달려가 거침없이 말한다. 처음 보거나 듣는 사람은 혹한다. 와 정말 박학다식하구나.

 

그러나 눈을 가고 가만히 그의 말을 들어보면 헛소리라는 걸 금방 깨닫는다. 수박 겉핧기식으로 대충 아는 것을 마치 대단한 지식인양 떠들어대기 때문이다. 아무리 커피를 잘 끓여도, 수만 장의 음반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소용이 없다.

 

<작업 인문학>은 잡다한 이야기를 대단한 철학인양 포장한 책이다. 책에서 읽었거나 누군가에 들은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고 있다. 깊이와 폭넓음이 없는 얄팍한 앎이 찰랑찰랑거린다.

 

덧붙이는 말

 

김갑수씨에게 무슨 악감정이 있어서가 아니다. 소개할 좋은 책들이 차고 넘치는 것도 잘 안다. 굳이 이 책을 알리는 이유는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낸다는 건 독자들의 어떤 평가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다, 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악서는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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