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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66
허버트 조지 웰즈 지음, 임종기 옮김 / 문예출판사 / 2008년 8월
평점 :
나는 세계문학전집 세례를 받은 세대다. 하루가 멀게 출간되던 전집과 그 전집을 팔러다니는 아저씨들을 숱하게 마주했다. 지금은 사라진 풍경이다. 누군가는 일본책을 그대로 중역하여 엉터리책이라 비판하지만 그 때는 휴대폰도 컴퓨터도 없던 시절이었다. 오로지 책만이 유일한 탈출구였다.
<투명인간>은 제목은 다들 들어봤지만 직접 읽어본 이들은 적은 책이다. 마치 <프랑케슈타인>이나 <지킬박사와 하이드>처럼. 나도 그랬다. 그냥 투명인간으로 돌아다니겠지라는 지레짐작에 단 한번도 읽어 본 적이 없다. 대신 <도깨비 감투>를 보았다.
영화 <책도둑>에서는 <투명인간>을 감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나치의 눈을 피해 독일인 집에 숨어든 유대인은 매일 조금씩 책을 아이들에게 읽어주는데 그 책이 <투명인간>이었다. 바깥의 스산한 풍경과 책의 내용이 아우러져 묘한 아우라를 전해주었다.
그 아우라에 속아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보았다. 놀라웠다. 단순히 아동용으로 요약하여 소개할만한 책이 아니었다. 스스로 원하여 투명인간이 된 것이 아니기에 그는 끈임없이 갈등하여 정체성에 혼돈을 겪는다. 대체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가?
누구나 투명인간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을 것이다. 남자 아이라면 여자 목욕탕에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듯이. 그러나 막상 내가 투명인간이 되고 아무도 내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때는 어떻게 될 것인가? 조지 웰스는 투명인간의 실존적 고민이 궁극적으로 현대인의 비극임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곧 효용이 기준이 된 사회에서는 쓸모없는 인간은 있느나 마나한 존재가 된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