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정일의 악서총람
장정일 / 책세상 / 201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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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일의 꿈은 9급 공무원이었다. 정시에 퇴근하면 책을 실컷 읽을 수 있다는 희망때문이었다. 실제 9급 공무원이 그렇게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한가지 꿈은 이루었다. 책을 마음껏 읽는 것. 거기에 더해 책에 대한 감상까지 남겼다. 장정일의 독서일기는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장정일만큼 낮게 평가된 작가도 드물다. 중학교 중퇴의 학력, 다소 빈약한 외양 때문만은 아니다. 도리어 그의 성실함이 아우라를 갉아먹었다. 장정일은 소설을 씀과 동시에 독서일기를 작성했다. 어느 순간 둘 사이의 균형점이 한쪽으로 기울었다. 소설 쓰기보다는 독서에 더 열중해버린 것이다. 게다가 음악듣기라는 외도까지.

 

<악서청람>은 외도의 결과다. 책읽기와 음악듣기를 좋아하니 음악과 관련한 서평을 남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남다른 필력인지라 기대가 컸는데 역시 좋은 글들이 많았다. 특히 음악감상평에 대한 비평이 마음에 와닿았다. 음악자체보다는 자신의 주관적 감성에 따라 극과 극을 오가는 게 음악평이라는 지적은 나도 늘 느끼고 있었다.

 

한가지 바란다면 책읽기를 조금 줄이고 창작에 더 몰두하셨으면 어떨까 싶다. 책의 미로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걸 나도 잘 알지만 그러다보면 자기 글쓰기를 잊어버리게 되니 말이다. 남말할 처지는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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