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부산행
연상호 감독, 김의성 외 출연 / 에프엔씨애드컬쳐 / 2017년 2월
평점 :
품절


별 기대없이 본 영화가 큰 울림을 전해줄 때가 있다. 내게는 <빅>이 그랬다. 정말 모든 영화가 매진이라 어쩔 수 없이 동생과 시간을 떼울겸 들어간 극장에서 마주한 놀라움이란. <부산행>도 전혀 기대하지 않고 본 영화였다. 공유나 정유미 마동석을 평소 썩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B급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A- 급의 배우들을 기용한 여름철 블럭버스터가 아닌가라는 생각이었다.

 

내 얄팍한 밑천은 영화가 시작하자마다 바닥을 드러냈다. 고라니가 차에 치였다 되살아날때부터 손에 땀이 배이더니 서울역에서 열차가 출발하며 신은경이 비틀거리며 뛰어들어올 때는 이미 혼이 절반쯤은 나간 상태였다. 그 다음부터는 익스프레스. 단 한 장면도 놓칠수 없을만큼 빨려들어갔다. 좀비물에 대한 혐오감도 어느 순간 사라져 버렸다.

 

<부산행>은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시도된 좀비물이다. <곡성>에서도 일부 장면이 있었지만 그건 극히 제한적이었다. <부산행>은 좀비가 주인공이다. 실제로 거의 모든 등장인물이 결국에는 좀비로 변하고 마니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에게는 매우 낯설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이유는 밑바탕에 깔려있는 휴머니즘 덕이다. 좀비가 되기 이전 인간들은 제각기 사정이 있게 마련이고 그중에는 이기적인 인간도 이타적인 사람도 때에 따라 왔다갔다 하기도 한다. 극한 상황에서 인간들이 벌이는 난투극은 단지 피만 튀는 것이 아니라 인간애가 솟아나기도 하는 것이다.

 

첫 극영화 데뷰작이 이렇게 호평을 받을 수 있을까 싶을만큼 영화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사투를 극적으로 담아냈다. 후속편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단지 스케일만 커진다고 해서 <부산행>과 같은 호응을 얻지는 못할 것이다. <부산행>에서 채 담지 못한 이야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마치 <부산행>의 프리퀄인 <서울역>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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