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기는 지겨워 비룡소의 그림동화 163
다비드 칼리 지음, 에릭 엘리오 그림, 심지원 옮김 / 비룡소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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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한 초등학교 도서관 입구 벽에 붙어 있는 표어

 

"읽고 싶지 않다면 읽고 싶어질 때까지 기다려라."

 

나이가 들어 피아노가 치고 싶어졌다. 동네 학원을 기웃거려보니 썩 내켜하지 않는 분위기다. 아저씨가 젓가락 장단부터 배우려고 하니 아무래도 부담스러웠겠지. 수소문끝에 개인 강사를 들이기로 했다. 일주일에 두 번 한달에 15만 원.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한달 쯤 지나자 슬슬 꾀가 나기 시작했다. 선생은 귀신같이 알아채고 다그쳤다. 연습, 연습, 또 연습. 급기야는 자까지 손에 들고 탁탁치며 위협을 가했다. 위축되었다. 아내도 눈치를 주었다. 아무리 중년의 아줌마라고 해도 신경이 쓰이는 눈치였다. 한방에 함께 있는 것이다. 결국 두달을 채우고 그만두었다. 선생은 매우 아쉬워했지만 할 수 없었다. 정직하게 말해 홀가분했다. 시도한 것만으로 더이상 미련이 남을 것이 없어서다.

 

5년 가까이 춤을 추고 있다. 사교댄스가 아니라 케이팝이다. 중간에 몇달 쉰 적은 있지만 꾸준히. 지금은 주말에만 하고 있지만 그날만 기다려질 정도로 한 주일이 설렌다. 왜 피아노는 금세 그만두었지만 춤은 왜 지속적으로 추고 있는 것일까? 간단하다. 내게 맞기 때문이다. 계속해도 지루하지 않고 즐겁기 때문이다.

 

<피아노 치기는 지겨워>는 좋아하는 일을 해야 즐겁다는 간단한 이치를 다시 일깨운다. 마르콜리는 어머니의 못다 이룬 꿈을 채우기 위해 피아노를 쳤지만 사실 즐겁지가 않았다. 이런 저런 악기를 다루다 꽂힌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여러 악기를 체험해보게 하고 그중에서 고르게 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설령 모든 악기에 지겨워할지라도 말이다.

 

불행하게도 어른중에도 싫어하는 일을 억지로 하는 이들이 많다. 핑계도 가지가지다. 돈을 벌려고, 어쩔 수 없어서, 남보기에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들이 선망하는 직업이어서. 참 안타깝다. 한번 뿐인 인생임을 안다면 그렇게 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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