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락 컴퍼니 스토리콜렉터 3
하라 코이치 지음, 윤성원 옮김 / 북로드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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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 대한 좋은 기억은 집 현관문을 열고 출근길에 나서는 첫 발걸음뿐이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바쁘게 일하고 나서 마시는 맥주 한 잔이라든가 동료들과 어울려 느릿느릿 식당가를 거닐며 뭘 먹을까 고민하는 것도 썩 괜찮기는 하지만 빈둥대는 삶과 바꿀만큼 유혹적이지는 않다.

 

그러나 모두가 나같을 수는 없는 법. 직장을 그만두고도 그 때가 그리워 살아갈 의욕조차 잃어버리는 이들도 많다. 단지 수입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에 있을 때는 그다지도 바쁘고 지치던 시간이 갑자기 긴장의 끈을 탁 놓고는 무한대로 늘어지기 때문일 것이다. 나처럼 직장에서 일할 때도 어떻게든 짬을 내어 놀 궁리를 하던 이에게는 해당되지 않겠지만.

 

일본은 우리보다 더하다. 어딘가에 속하지 못하는 사람은 인간 대접조차 받지 못한다. 그 악명높은 집단괴롭힘(이지메) 현상을 보라. 그러니 정년퇴직후의 삶을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어떻게든 바쁜적 하며 이곳저곳 취미생활에 기웃거려보지만 과거 조직맨의 기운이 남아있는 이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는 생활을 배웠을리가 없으니 곳곳이 지뢰밭이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익숙한 회사를 차려보면 어때? 진짜 직장말고 마치 놀이처럼 말이야. 일종의 직장인 코스프레를 하는 거다. 황당해보이지만 소설속의 세계는 리얼하게 다가온다. 정말 이런 일이 생긴다면 제 돈 들고서라도 올 사람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그러나 실체가 없는 놀이는 언젠가 끝이 나게 마련이다. 돈이 목적이 아니었다고 하더라고 사라들이 모이면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그속에서 파벌이 생겨 질투와 음모가 무럭무럭 자라난다. 직장생활을 하며 가장 견디기 힘들었던 일들을 똑같이 겪어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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