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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탄아 1~3 세트 - 전3권 ㅣ 한국만화걸작선
박기정 지음 / 한국만화영상진흥원 / 2016년 11월
평점 :
품절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고 그들의 젊은 시절을 상상하기란 힘들다. 더우기 한때는 방구석에서 만화책을 보며 낄낄댔을 것이라는 가정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그러나 기록은 살아남게 마련. 기억도 가물가물했던 만화책이 짠하고 다시 등장하여 지금의 아이들을 웃기고 울릴 수 있다면.
박기정은 당대 최고의 만화가였다. 나보다 훨씬 윗세대 분이라 말로만 전해들었을 뿐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볼 기회는 없었다. 낡고 찢어진 그가 그린 만화책이 몇 십만원을 호가한다는 소식만 전해들었을 뿐. 그의 면모를 제대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드디어 찾아왔으니 바야흐로 <폭탄아> 세트.
일제강점기 일본에 맞서 싸우는 소년, 소녀가 주인공이다. 그림 수준이야 지금 기준에서 보면 죄송하지만 매우 유치하다. 한미디로 입체감이 없고 죄다 평면적이다. 인물 묘사나 배경도 대충이다. 이해한다. 1960년대 초반이었다. 아니 잠깐만 그 때 미국은 월트디즈니로 일본은 아톰으로 날리던 때가 아닌가? 아무튼.
그림에 대한 불만은 스케일과 스토리로 날려버릴 수 있다. 우리나라땅은 물론 중국 전역을 누비는 장쾌한 규모에 가슴이 벅찰 지경이다. 또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고난을 헤쳐나가는 아이들의 모험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단지 기록물로서뿐만 아니라 만화 자체로도 인정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