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시즌 2 - 예비역들의 수다
주호민 글.그림 / 상상공방(동양문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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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에 다녀온 사람들이 꾸는 가장 큰 악몽은 다시 입대하는 것이다, 라고 확신한다. 실제로 재대한 지 3, 4년 가량 뭔가 안 좋은 일이 있으면 꼭 군대 재입대 꿈을 꾸었다. 내가 이런 꿈을 꾼 이유에는 분명한 근거가 있었다. 제대롤 한달 정도 앞둔 어느날. 말년 병장 답게 깔깔이 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체육복 바지에 두 손을 집어넣고 아침 점호를 받는데 소대장이 평소답지 않게 무게를 잡으며 자기 옆에 서있는 병사의 어깨에 손을 얹으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음, 이번에 새로 온, 아니 그건 아니고, 아무튼 행정 착오로 다시 입대하게 된 OOO 병장이다. 제대는 했는데 행정착오로 보름 가량 일찍 나갔다. 남은 기한 채우기 위해 온 것이니 상호간에 불편함이 없도록 잘 지내도록"

 

그 때 난 그 병장의 얼굴을 보았다. 말년으로만 지낸다면 군대처럼 편한 곳이 어디 있냐, 라는 농담 아닌 농담은 진짜 농담이었음을. 그의 얼굴은 처참하다 못해 울먹이고 있었다. 처음에 황당하다가 억울해하다가 급기야는 공포에 떠는. 나 또한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갑자기 주변이 공기가 달라지면 사시나무 떨듯 몸을 떨었다.

 

재수없게도 군대 꿈을 꾸면 그 자식 얼굴이 다시 나온다. 내게 재입대 통지서를 내민다. 너도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으아아아아악. 난 이미 다녀왔다구. 정말 누구못지 않게 빡세게 굴렀단 말이다. 말년도 거의 없었단구. 재대 마지막 주차 까지 대대훈련 뛰었단 말이야. 유격도 두번, 혹한기도 두번 받은 저주받은 군번이라구.

 

주호민은 흥미롭게 짬2를 그렸지만 아무리 제대를 했다고 한들 군대에 대한 악몽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 추억은 추억일 뿐 되새기지 말자. 그나머자 싸이는 어떻게 두번이나 군대를 다녀왔지. 물론 한번은 공익이었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훈련소를 두번 가는 거 아니냐? 정말 탈영 안한게 신통할 정도다. 나중에 빵 떴으니 다행이다 싶다. 적어도 싸이에게는 험한 댓글 달지 말아라. 군대 두번 다녀온 싸나이다. 괜히 건드렸다가 빡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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