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미쳤다! - LG전자 해외 법인을 10년간 이끈 외국인 CEO의 생생한 증언
에리크 쉬르데주 지음, 권지현 옮김 / 북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엘지는 한국기업중에서는 그나마 점잖은 문화를 갖춘 그룹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의 저돌성과 삼성의 치밀함의 중간 형태라고나 할까? 그러나 겉에서 보는 시선과 실제 안에서 겪는 현실은 다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엘지전자 유럽법인에서 본부장으로 근무한 프랑스인의 수필집이다. 약간의 과장 혹은 축소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보는 한국기업은 제목 그대로 미쳤다이다. 한때 가난한 나라의 대명사였던 한국이 기업을 일구어 세계를 상대로 장사를 하다보니 당연히 무리가 따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회장이 독재자처럼 임원과 직원을 갈궈대는 것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가 떨리는 것은 매년 겨울 한국에 지시장들을 불러모아 행하는 수련모임이었다. 말이 수련회지 사실은 강제적인 군사훈련에 다름없었다. 실제로 아침에 구보까지 했다니 말 다했다. 50이 넘고 60에 가까운 임원들이 하낫 둘 하낫 둘을 외치면 운동장을 돌고 있는 풍경을 떠올려 보라.

 

에리크 쉬르데 씨는 그 모든 수모(?)를 견디면서도 자리를 유지하려는 이유는 기업의 역할을 진지하게 고민했기 때문이었다. 보다 값싸고 품질좋은 제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한다는 사명말이다. 어떤 기업이 잘 나가고 못 나가는 것은 단지 기업의 노력때문만은 아니다. 우호적인 주변환경과 소비자들의 좋은 반응이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래야 오래 간다.

 

그러나 엘지는 그러지 못했다. 일정 부분 이해는 한다. 지금처럼 급변하는 세상에서 하루 아침에 날아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슨 천년 만년 기업을 꿈꾸는가? 그저 짜고 짜고 또 쥐어짜는게 장땡이다. 과연 그럴까? 미쳐야만 한다면 나는 사양이다.

 

덧붙이는 말

 

우리는 재벌하면 피도 눈물도 없는 종자들이 우두머리로 군림하는 집단쯤으로 여긴다. 그러면서도 다른 나라에 나가면 삼성이나 엘지의 광고판 하나만 보고도 애국심을 느낀다니 이런 모순이 또 어디있는가? 일찌기 칼 막스는 간파했다. 자본은 인격을 가지고 있다. 그 인격은 대규모, 대량으로 모일 때 더욱 힘을 발휘하는데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대기업이다. 대기업 자본은 근본적으로 탐욕적 성격이 있다. 그렇지 않고서는 경쟁을 해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덩치를 키우면 키울수록 이윤율은 점차 떨어지고 서서히 동력을 잃어간다. 방법은 파괴적 돌파뿐이다. 돈이 드는 것은 죄다 외주로 돌리고 하청을 노례처럼 굴리는 수밖에. 기업의 개별 인격이 아무리 선량하더라도 집단 인격이 마귀들이니 어쩔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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