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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의 요리 - 요리사 이연복의 내공 있는 인생 이야기
이연복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9월
평점 :
품절
감기로 고생이다. 어쩐지 이번 겨울은 잘 넘기나 싶었는데 막판에 된통 걸렸다. 주요 증세는 코막힘이다. 왼쪽과 오른쪽이 번갈아가면서 막히니 정신이 멍할 정도다. 무엇보다 식욕이 뚝 떨어졌다. 음식을 먹어도 향을 맡을 수 없으니 아무 맛도 느낄 수 없어서다. 희한한 건 배고픔도 덜하다. 그저 끼니를 때우기 위해 조금씩 입속에 덜어넣고 있다.
중화요리사 이연복이 냄새를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대사관 시절 축농증 수술을 잘못한 후유증이라고 한다. 그가 겪은 여러 고난중 하나쯤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에 코감기에 걸리고보니 새삼 대단해보였다. 냄새를 느끼지 못하고 어떻게 요리사가 될 수 있지? 음식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하텐데, 오로지 감각으로 단련시켰다는 말인가?
만약 그가 요리가 초년생시절 이런 일을 겪었다면 그만 두어야 했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요리가 익숙해진 후라 그 시절의 감각을 기억해내며 버텼을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대단한건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 책은 요리사 이연복의 일대기와 요리에 대한 그의 태도를 담고 있다. 직접 썼다기보다는 구술한 것을 대필작가가 문장으로 다듬었으리라. 그렇다고 책의 내용이나 가치가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하고 배달원으로 입문한 요리세계에서 살아남고 더 나아가 대가 소리를 듣게 되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처음 티브이에 나왔을 때만 해도 그에 대한 평가가 지나치게 낮은게 아닌가 혹은 저렇게 자꾸 방송에 얼굴을 내미면 도리어 평가가 나빠지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러나 이연복 선생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에 대한 호감도가 상승하고 있다. 심지어 홈쇼핑이나 광고에 출연해도 그를 낮추어 보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귀화했기는 하지만 순수 중국인이라는 핸디캡도 불거지지 않는다. 지금같은 사드 정국에서는 이외의 현상이다.
이연복의 진심이 통했기 때문이다. 누구를 대하든 어떤 재료가 있든 성심성의껏 요리를 준비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런데 아직까지 그가 만든 음식은 먹어보지 못했다. 우선 예약부터 해야 할텐데 과연 가능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