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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도 없는 한밤에 ㅣ 밀리언셀러 클럽 142
스티븐 킹 지음, 장성주 옮김 / 황금가지 / 2015년 9월
평점 :
시나리오 작가 수업을 듣던 시절 강사는 말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은 좋지만 수준이 들쓱날쑥해서 그다지. 그 자리에서 반박하지 못한 나 자신에게 자괴감이 들었다, 라는 정도는 아니고 과연 그런가, 라고 스스로에게 의문을 품은 적이 있다. 실제로 나 또한 그 강사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기 때문이다. 단편은 정말 압도적이지만 장편은 긴장감이 과해 작가도 독자도 지쳐버리곤 했다. 특히 좀비들이나 카우보이가 나오는 이야기는 우리 정서에 썩 와닿지 않았자.
자, 그의 장기는 역시 중단편이니 오해랑 싹 집어치우고 두근두근하며 책을 들어볼까? 과연 역시라는 감탄사를 불러 일으킬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는 여전하다이다. 새로울 것은 없지만 킹 특유의 잔인하게 집요한 구석이 곳곳에 포진하고 있다. 여성을 대하는 태도 또한 여전하다. 한 여자를 두고도 성녀이자 색녀 취급을 한다. 홀어머니와의 오랜 생활이 낳은 트라우마라 하기엔 질기고도 질기다.
얼핏 보면 마초주의자 같은 그가 열려한 민주당 지지자라는 점이 놀랍다. 트럼프를 지지해야 마땅할 것 같은데 못 잡아 먹어서 안달인 것을 보면 말이다. 예술이란 이처럼 뜻밖의 태도 변화를 낳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