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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 톰의 정원에서 ㅣ 시공주니어 문고 3단계 14
필리파 피어스 지음, 수잔 아인칙 그림, 김석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선뜻 집어들기 어려운 책이 있다. 이미 소문이 자자한데 과연 그 정도일까 약간 의구심이 들 때.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도 그런 책이었다. 그러나 차일피일 시간을 미루기만 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기에 과감히 책을 펼쳤다.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옛날 책인데 과연 감동을 받을 수 있을까?
톰은 정원이 딸린 친척집에 머문다. 심심하다. 함께 놀 친구도 없다. 친척은 친절하시긴 하지만 속속들이 속마음을 털어놓기도 어렵다. 그저 정해진 시간을 때우는 수밖에 없다고 체념하는 순간 자명종이 정해진 시간에 맞춰 뎅 뎅 하고 울린다.
판타지 하면 현실과는 동떨어진 뭔가 막연한 세상이라고 여긴다. 그러나 내 방 문을 열고 나갔는데 바로 눈앞에 런던의 버스커빌가가 펼쳐진다면. 게다가 셜록 홈즈와 왓슨이 살아 숨쉬며 내게 영국 액세트로 "실례하지만 길 좀 비켜줄래"라고 한다면.
<한밤중 톰의 정원에서>는 일상이 곧 환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제나 익숙해 전혀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집에서 몇 십년전의 예쁜 소녀가 내게 함께 정원 산책가지 않을래 라고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해리포터를 포함하여 영화 <어바웃 타임>에 이르기까지 일상 환타지의 뿌리는 바로 톰에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