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오 세트 - 전3권
마츠모토 타이요 지음, 김완 옮김 / 애니북스 / 2006년 4월
평점 :
품절


일본의 만화는 사회주의 사상이 짙게 배어있다. 1960년대 일본 체제의 전복을 노리던 전공투 세대가 마땅한 직업을 찾을 수 없게 되자 대거 예술계통으로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허리케인 조>는 대표적인 좌파 만화다. 미야자키 하야오 또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일본을 지배하는 시스템에 불만이 많았다. 그 전통은 아직까지도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겉보기에는 답답할 정도로 보수적인 일본 사회지만 만화를 포함한 예술분야는 저항의식이 강하게 남아 있다.

 

<하나오>도 그 중 하나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고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가 끔인 아버지를 아들은 물정 모르는 중년아저씨라고 대놓고 비웃는다. 별거중인  아버지와 방학기간 동안 함께 살게 되면서 그 증세는 더욱 심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아버지를 이해하게 되고 급기야는 응원하기에 이르는데. 

 

보는 내내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가 연상되었다. 일본 국가주의에 반기를 들고 가족 모두를 끌고 님쪽으로 향하는 아버지의 이야기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곧 비슷한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지금에야 어른 하면 보수적인 국가주의자들이 연상되지만 이른바 386세대가 노인이 되면 진보적인 공동체주의자들이 꼰대 노릇을 하게 될 것이다. 역설적으로 어린 세대는 보수적이 될 지 모른다. 현재의 일본처럼. 문제는  보수든 진보든 권위적인 늙은이들이 될 것이 분명하다는 점이다. 두 세대 모두 제대로 된 민주적 절차, 곧 개인이 모든 세상의 중심임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주의만이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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