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음악 보고서
남우선 지음 / 바롬웍스(=WINE BOOKS)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음악시간. 30대 중반쯤 된 학교 이사장 아들은 새로 나온 씨디를 들어보이며 음악에 혁명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과연 잡음 하나없이 깨끗하다. 엘피의 지직거리는 소리에 익숙하던 내게도 신세계였다. 시간이 흘러 왜 수업시간에 선생도 아닌 이사장 아들이 들어왔는지는 의문이다. 신문명을 자랑하고 싶어서, 아니면 정말 학생들을 사랑하는 마음에.

 

아무튼 분명한 건 그 때 들었던 음악이다. 지휘자나 악단은 기억나지 않지만 음악만은 선명했다.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이야기가 여기서 끝나면 재미가 없다. 다음 시간 그는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사과했다. 지나치게 들떠 여러분을 무시한 것 같다. 굳이 미안할 일인가? 사실은 이미 씨디를 접한 아이들이 많았으며 집에가서 부모님께 이사장 아들이 자신들을 깔본다고 이야기 한 듯 싶다. 부모는 다시 학교에 전화를 걸어 따지고. 이해하시라, 강남에서는 이런 일들이 가끔 일어난다.

 

씨디도 구세대인 세상이다. 이젠 죄다 파일이다. 이 책은 파일이 넘쳐날 때 씨디와 엘피가 훨씬 사람의 귀에 좋다는 편견(?)으로 썼다. 기술의 발전은 하루가 달라 지금은 파일도 블루투스 스피커를 통해 훨씬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물론 나같은 사람은 여전히 엘피가 좋다고 여기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습관의 문제다. 나쁜 소리는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사람의 컨디션이 결정할 문제다.

 

덧붙이는 말

 

책으로 엮기에는 주제가 겅중겅중 뛴다. 아놀로그 소리에 대한 다큐 이야기에서 자신의 엘피 사랑에 사생활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나의 주제를 정해 제대로 썼다면 더 좋을 뻔 했다. 윤광준의 <소리의 황홀>을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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