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 (단편)
호시노 유키노부 지음 / 애니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한국은 일본을 우습게 보는 유일한 나라다, 라고들 말한다. 단지 식민 지배 경험이 있어서만은 아닐 것이다. 같은 경험을 한 대만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 또한 반일감정은 있지만 일본과의 축구경기에서만큼은 죽을 각오로 싸워야 한다고 결심하는 나라는 아니다. 그렇다면 왜?
개인적으로는 뒤늦은 민족주의 덕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의 식민지배를 받게 될 무렵만 해도 우리의 민족의식은 그리 크지 않았다. 오랜 왕조국가의 전통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기 때문에 나와 국가를 동일시하지 못했다. 단순히 지배계급의 교체로 여긴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식민지배를 33년에 걸쳐 받게 되면서 자주 국가에 대한 멸망이 커져갔다. 일종의 반동인 셈이다. 마치 괴물의 폭압을 거치면서 괴물을 닮아가듯이 남한과 북학은 모두 강력한 국가체제를 수립해 나갔다.
일본은 이미 국가시스템을 우리보다 앞서 메이지유신을 거쳐 성시켰다. 4개로 분리된 섬, 막부체제의 전통으로 단일 국가 이미지가 없던 일본으로서는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급기야는 제국주의의 깃발을 들고 서양 오랑캐에 맞서 대동아 공영을 명분으로 조선과 중국, 동남아시아를 먹어치우더니 겁도 없이 미국의 진주만에 가미가제 공격을 감행하였다.
<멸망한 짐승들의 바다>에는 제국의 꿈을 이루지 못한 일본의 야망과 허무가 짙게 배어 있다. 겉으로는 자연파괴에 대한 저항과 영국 침략계획을 실패한 독일 잠수함 부대를 다루고 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세계의 주인이 되고 싶은 욕망이 꿈틀대고 있다. 우리로서는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이것이 바로 제국의 경험이 있는 나라와 식민지배를 받은 국가아의 차이인가? 일본은 여전히 바로 옆나라에서 아무리 우습게 보고 욕을 해도 가 짖나라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