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의 탄생 - 문자라는 기적
노마 히데키 지음, 김진아.김기연.박수진 옮김 / 돌베개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게 한국어는 모국어다. 이 나라에서 태어나 모든 교육을 받았기 때문이다. 영어나 독일어같은 외국어도 배운 적이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부수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한국어를 잘 알고 쓰는 것일까?

 

교육의 가장 중요한 수단은 언어다. 수학 또한 수식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말과 글이 필요하다. 나는 한국어가 이 모든 교육을 위한 적합한 언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도 마찬가지다. 단지 그 나라의 언어가 힘이 세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한국어의 힘은 강한 편이 아니다. 우선 세계에서 한국어를 쓰는 나라가 많지 않다. 영어나 중국어의 기준에서 보자면 소수 언어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은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자국 고유의 언어와 문자를 갖고 있는 경우는 드물다. 일본만 해도 오리지널 자신들의 언어라고 보기는 어렵다. 한자의 영향을 여전히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점 하나만 보더라도 한글은 대댄한 언어다. 그 어떤 영향도 받지 않은 독창적인 문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이 사실이 외국인에게는 매우 낯설게 느껴졌나 보다. 어떻게 한국같은 작은 나라에서 고유한 문자를 그것도 조선시대에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 노마 히데키도 그 증의 한명이었다. 호기심을 실천으로 옮긴 그의 결론은 한글은 말소리라는 것이다. 곧 사람이 하는 말에 최대한 가깝게 문자로 표시한 글이다. 실제로 한글로 표기가 불가능한 말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의성어나 의태어는 물론이고 최근 잇따라 등장하는 신조어까지 표기가 가능하다. 뷁!

 

역설적으로 소리문자라는 특징은 장점이면서 단점이다. 문자가 소리를 옮기다보니 의미를 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무라고 하면 우리는 직관적으로 나무를 연상하지만 한글을 모르는 사람은 나무가 왜 나무인지 알지 못한다. 한자나 그리스어와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딜레머이다. 한글전용을 주장하지만 뜻을 담지 못하고 혼용을 하자니 우리 글의 독창성을 침해할 우려가 커서다. 한글 외에 다른 어떤 문자를 혼용해야 하는지도 헷갈린다. 한자는 단지 우리에게 익숙해서있을 뿐 한글과는 조응하기 어려운 문자이다. 차라리 영어 알파벳이 한글과는 함께 쓰기에 낫다. 기본적으로 소리나는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글이 닥친 도전은 위기이자 기회다. 앞으로 한국어가 어떻게 변해갈지 궁금 또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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