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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스텔라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마이클 케인 외 출연 / 워너브라더스 / 2015년 4월
평점 :
우주에 대한 관심은 몇 살때부터 꺾이기 시작하는가? 아마도 삶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느낄 때부터가 아닐까? 어쩌면 우주과 자신의 삶과는 무관한 영역에 머물게 되는 순간 비로소 어른이 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우주 관련 일을 한다고 하면 꽤 낭만적으로 보인다. 당장 삶에 도움이 되지 않더라고 뭔가 영적이고 지적인 작업에 몰두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은 결코 로맨틱하지 않다. 스스로의 한계를 매순간 절감하는 고통을 겪는다. 예를 들어 혜성이 지구에 충돌할 가능성은 아무리 정밀하게 예측한다고 하더라도 알 수가 없다. 인류가 달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영화속에서는 거짓이라고 말하고 또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지만) 당장이라고 가능할 것 같았던 우주 여행은 답보 상태에 놓여 있다.
영화속 주인공들도 마찬가지 심정이었다. 미래의 어느 날 지구는 더이상 살기 힘들어지자 대처 행성을 찾기 위해 우주비행사를 모집하게 된다. 재정 지원 부족으로 나사의 규모는 쪼그라들대로 쪼그라져 대대적인 지원도 하지 못한다. 어떤 미친 놈이 다시 돌아오지도 못할 우주 개척에 나서겠는가? 가족의 반대를 무릎쓰고.
영웅은 난세에 탄생하는 법이다. 갖은 어려움을 무릎쓰고 우주를 향해 위대한 항해를 하면서 겪에 되는 이야기가 장대한 스크린에 펼쳐진다. 그 장엄함에 아찔하다가 떠나온 가족이 그리워질 무렵 영화는 갑자기 신파로 흐른다. 어렸을적 아버지가 보낸 모든 싸인을 나이가 들어서야 알게 된다. 우주와 지구의 시간 흐름이 다름을 이용한 트릭이다. 이런 상황은 우주를 다룬 소설이나 영화에서는 흔하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알면서도 속는 기분이다. 동시에 무한한 상상력이 슬슬 발동을 건다. 물론 우주나 물리학에 대한 지식없이도 영화를 즐길 수는 있다. 단 조금 알고 보면 우주의 심연에 조금은 더 다가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