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다 지로는 독특한 경력의 소설가다. 어린 시절 부유한 삶을 살던 그는 집안의 몰락으로 인생의 막장까지 몰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경험때문인지는 몰라도 그의 글에는 인생의 등락을 겪어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허무감이 짙게 배어있다.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 '철도원'은 그 대표적인 예이다.(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자식과 부인마저 제대로 돌보지 않은 말그대로 평생을 철도에 미친 사람이다. 그 맹목적인 몸바침은 역설적으로 말해 스스로 그 삶에 만족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죽은 딸이 나타날때마다 서서히 성장하여 그이 앞에 나타나는 모습을 보며, 그도 삶을 마감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을 지도 모른다. 그도 드디어 맹목적 삶에 지친 것이다. '러브레터'는 이 책에 실린 글 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글이다. 우리나라에서 '파이란'이라는 영화로 소개되기도 한 이 글은 내용은 무척 짧지만 그 여운은 무척 길다. 그러하기에 단편이 장편 영화로까지 만들어졌겠지만. 이밖에도 이 책에는 보석같은 글들이 많이 숨어있다. 물론 그 보석은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만 빛이 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