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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심
박상륭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박상률 선생은 불가사의한 작가로 알려져 있다. 아마도 그가 쓴 <죽음의 한 연구>때문인 것 같다. 영화로까지 만들어진 이 소설을 끝까지 읽기란 사실 어렵다. 나 또한 책을 사 놓기는 했지만 끝까지 읽지는 못했다. 그러나 글이 어렵다고 해서 그저 난해한 작가로만 알려져있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다. 일종의 산문집인 <평심>은 이런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
캐나다에 이민가서 살았던 작가의 자화상같은 글들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의 주제는 한마디로 인생의 아이러니이다. 죽음을 선고받았던 사람은 멀쩡하게 살아나고 평생을 책만 뜯어먹으며 살던 뚱보는 이 세상에 개입도 해보지 못하고 생을 마친다. 작가는 이러한 소재를 통해 인생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질서에 의해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미처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사람들이 태반이기는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