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파리대왕을 스티븐 킹을 통해 알게 되었다. 그가 쓴 <내 영혼의 아틀란티스>에서 주인공은 몇 번이나 이 책 이야기를 한다.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고보니 언젠가 이 책에 대해 들은 적이 있다. 십오소년 표류기를 풍자한 소설이라는.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전율하고 말았다. 폭력과 이성의 적대관계가 이 책을 관통하고 있었다. 폭력을 상징하는 랠프와 이성을 대변하는 잭 사이에서 나는 혼란을 느꼈다. 동시에 이라크 전쟁을 떠올렸다. 우리는 늘 이성의 위대함을 이야기하지만 결국에는 폭력에 굴복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나를 스쳐지나갔다. '내 편이 될 사람은 누구냐?'랠프가 갑자기 몸을 움직이려다 비틀거렸다. 몇몇 소년들이 랠프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너희들에게 고기를 주었고, 또 나의 사냥부대는 너희를 짐승으로부터 보호해 줄거다. 내 편이 될 사람은 누구냐?'랠프는 큰 소리로 말했다. '내 편에 들어올 사람?''들어가겠어.''나도''나도 들어가겠어.'랠프는 미친 듯이 춤을 추며 아이들의 무리속에 끼어들었다. '짐승을 죽여라! 목을 따라! 피를 흘려라!'- <파리대왕>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