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 켈러 - A Life - 고요한 밤의 빛이 된 여인 미다스 휴먼북스 3
도로시 허먼 지음, 이수영 옮김 / 미다스북스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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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볼 수 있는 날이 앞으로 사흘밖에 남지 않았다면 여러분은 무엇을 보겠는가? 어렸을 적 읽은 위인전 속의 헬렌 켈러는 시각과 청각장애를 딛고 일어선 인간승리의 표본이었다. 애니 설리번이라는 위대한 선생님과 함께 말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생이 인간승리의 연속일수는 없는 법, 헬렌 켈러 또한 장애인이기에 앞서 한 인간이었기에 인간적 갈등이나 약점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 책은 위인전에는 나오지 않는 헬렌 켈러의 또 다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솔직히 많이 놀랐다. 헌신적으로만 알았던 애니 설리번 선생이 사실은 불우한 과거를 지닌 소유욕과 허영심이 많은 여자였으며(물론 헬렌 켈러에 대한 사랑은 지극했지만), 헬렌 켈러를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세력들간에 알력이 심했으며, 헬렌 켈러가 사실은 부모로부터 따돌림을 받았다는 것들은 위인전에는 전혀 나오지 않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러나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헬렌 켈러가 열렬한 사회주의자였다는 사실이다. 눈과 귀가 먼 사람이 어떻게 사회주의 사상을 갖게 되었는지 부터가 의문투성이였다. 물론 에디 셜리번의 남편이었던 존 메이시가 어느 정도 영향을 끼는 것은 사실이지만 비단 그것 때문에 사회주의자가 되었다고 보기에는 아무래도 석연치가 않다. 그보다는 광범위한 독서가 - 헬렌 켈러는 책읽기를 즐겨했으며, 책을 평생의 친구로 여겼다 - 그녀를 사회주의자가 되게끔 만들었다는 측면이 더 옳다. 실제로 중년이후 헬렌 켈러의 사회활동을 보면 그녀의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이 일시적인 감정에 의한 것이 아니었음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물론 그녀의 사회주의에 대한 믿음은 생계문제와 주변 사람의 만류 등으로 전면에 드러난 경우는 매우 드물었지만 그 신념만은 공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는 그녀가 생계 때문에 카네기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행위를 몹시 주저했다는 사실에서 잘 드러난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헬렌 켈러가 사회주의에 기울어진 모습을 보기를 원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그저 온갖 장애에도 불구하고 정상인과 다름없어 보이는, 아니 무엇인가 성스러운 느낌마저 풍기는 그녀의 모습에만 열광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헬렌 켈러는 우리에게 성녀의 이미지로만 남아 있을 뿐, 그녀가 무엇을 추구했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거의 없다. 이 책은 바로 그녀가 추구하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밝히고자 했다.

'앞을 볼 수 없는 나는 볼 수 있는 사람들에게 한가지를 알려줄 수 있다. 아니 볼 수 있는 크나큰 선물을 받은 이들에게 한가지 충고를 할 수 있다. 내일이면 앞을 볼 수 없는 사람처럼 보라. 내일이면 듣지 못하게 되는 사람처럼 들어라. 음악 같은 목소리들을, 새의 지저귐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선율을. 내일이면 촉각을 느낄 수 없는 사람처럼 모든 것을 따뜻하게 만져라.' - p.5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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