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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이 안되면 우리는 풍요롭지 못할 것인가
C. 더글러스 러미스 지음, 이반.김종철 옮김 / 녹색평론사 / 200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경제성장지향주의자들이 환경보호론자들에게 흔히 하는 질문 하나. 성장없는 환경보호주의가 무슨 소용인가? 인간이 일단 먹고사는 문제가 중요한 것 아니겠나? 환경보호는 성장 후에 해도 늦지 않은 것 아닌가?
생태주의자들은 이러한 질문에 끊임없이 시달려 왔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나 또한 이런 질문을 해대며 먹고사는 문제의 우월성을 과시해왔다. 사실 이러한 질문은 우리나라에서만 있어왔던 것은 아니다. 환경이 성장에 반(反)하는 것이냐 아니냐라는 논란 자체가 생태주의의 커다란 주제로 여져져왔던 것은 사실이다. 그 결과 환경에 반하지 않은 성장이 가능할뿐더러 심지어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는 듣기에만 그럴싸한 논리들이 학계에서 판을 치기도 하였다.
이러한 논란은 어차피 보는 시각에 따라 달리 해석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즉 환경문제의 심각성은 개인 혹은 집단이나 나라가 처한 위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기업인은 당연히 성장을 헤치지 않는 범위내에서의 환경보존을 주장할 것이고, 환경문제로 직접 피해를 입은 시민들의 경우에는 환경을 배제한 성장이란 아무 의미가 없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앞에서 상식같아 보이는 앞의 주장, 즉 환경에 반하지 않은 성장이 가능할뿐더러 심지어 성장을 위해서는 환경이 더욱 중요하다, 이 사실은 허구임을 밝히고 있다. 즉 성장은 수치에 불과할 뿐 개인의 삶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며칠 전 텔레비전의 뉴스에서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률이 얼마였고, 내년에는 어느 정도의 성장이 가능하다는 것이 수치로 보도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이 연례행사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과연 저 수치가 개인의 삶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인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 물론 경기의 동향은 그것이 직접적이건 간접적이건 개인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 수치의 높낮이가 개인의 삶의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경제성장을 계속 추구하는 것만이 과연 올바른 것인가를 의문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은 이와 같은 의문을 출발점으로 하고 있다. 즉 경제성장을 계속하는 것만이 풍요로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경제성장이 목표가 되는 삶은 결코 풍요로운 사회를 만들 수 없다면서, 그 대안으로 소위 '대항발전(counter development)'를 주장하고 있다.
'대항발전'이란 지금까지의 발전의 의미, 즉 경제성장을 부정하는 것이다. 그것은 인간사회속에서 경제라는 요소를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을 의미한다. 저자는 '대항발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줄이는 발전' 즉 에너지 소비, 경제활동의 시간 등 가격이 붙은 것을 줄여야 하고, 둘째, 경제이외의 것, 즉 경제활동 이외의 인간활동, 시장이외의 행동, 문화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요컨대 '대항발전'은 경제용어를 바꿔 말하면 교환가치가 높은 것을 줄이고 사용가치를 높이는 과정을 말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