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의 비용
아룬다티 로이 지음, 최인숙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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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룬다티 로이는 '작은 것들의 신'이라는 소설로 잘 알려진 소설가이다. 그러나 한창 작가로 명망을 올리던 그녀는 소설을 쓰는 대신 대형 댐 건설과 인도와 파키스탄의 핵무장을 반대하는 여전사로 돌변했다. 이 책에는 이러한 그녀의 활동의 결과물이 담겨 있다. 나르마다 댐 건설의 문제점을 다룬 '공공의 더 큰 이익'과 핵무장의 문제점을 지적한 '상상력의 종말'이 바로 그것이다.

댐건설을 둘러싼 문제는 비단 인도만의 문제는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엄청난 규모의 댐들이 지어져 왔으며 최근 들어서도 물 부족 등의 이유로 댐을 건설해야 한다는 주장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 댐건설은 환경에 큰 악영향을 끼칠 뿐만 아니라 댐건설로 인한 수몰지역주민의 보상 및 이주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야기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결과 선진국가에서는 더 이상 대규모 댐 건설을 건설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나 일부 가난한 나라에서는 여전히 공공의 이익(예; 수자원확보, 전기공급 등)이라는 명목으로 대규모 댐이 건설되고 있다. 그러나 글쓴이는 댐 건설은 공공의 더 큰 이익, 즉 실제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생존, 을 헤치는 재앙에 불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르마다 댐 건설 분쟁은 비단 인도만의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또한 숱하게 많은 댐들을 건설해 왔다. 그러나 댐건설로 인한 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최근에 와서야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댐건설은 무조건 좋은 것이라는 쇄뇌교육을 받아온 셈이다. 오죽하면 서울이 물바다가 된다는 말도 안 되는 말을 믿고 평화의 댐 같은 것을 건설했겠는가?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동강댐 건설 중단은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었음에 틀림없다. 아마도 정부가 댐을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으면서도 댐을 건설하지 못한 유일한 사례인 듯 싶다.

그러나 문제는 이제부터이다. 동강 댐은 그나마 주변에 수려한 경관과 생태계보존이라는 명분이 있어 중단되었지만 그렇지 않은 지역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댐을 지을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실제로 건설교통부는 수자원확보라는 명분으로 호시탐탐 댐건설을 노리고 있다. 공공의 이익을 내세워서 말이다. 우리는 이러한 공공의 이익에 대항하는 논리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공공의 이익이 실은 부처이기주의나 이해집단의 이익에 근거한 것임을 밝히고 더욱 큰 공공의 이익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일이다. 아룬다티 로이의 작업은 그래서 더욱 값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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