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지사직을 내려놓아야 함은 물론이고 향후 2년의 형을 다 마친 이후에도 5년 동안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정치인으로서는 사형선고를 받은 셈이다. 관련된 방송을 듣다가 허업이라는 말을 들었다. 뜻은 대충 알아듣겠지만 생전 처음 듣는 단어였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덧없는 일쯤 되겠다. 패널은 정치만큼 허업이 없다고 했다. 고 김종필 총리가 한 말이란다. 옮고 그름을 떠나 곰곰 생각에 빠지게 하는 내용이었다. 막스 베버는 직업으로 삼기 어려운 두 가지 일을 들었다. 하나는 정치, 다른 하나는 공부. 이 둘은 운이 매우 크게 작용하고 소명에 가까운 업이라고 주장했다. 정치야 그렇다고 해도 공부는? 순간 깨달음이 왔다. 흔히 공부가 천직인 사람을 교수라고 하는데 그 세계만큼 정치발이 강한 곳도 드물다. 오죽했으면 막스 베버 스스로도 실력은 있는데 임용이 되지 못하는 예비 학자들 걱정을 했겠는가? 어쩌면 이 두 직업이 상대적으로 쓸데없이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건 역설적으로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위험이 크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정직하게 말해 이 사회에 허업이 어디 이 둘 뿐이겠는가? 제 딴에는 다들 의미를 부여하지만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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