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트로폴리스 - 인간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 도시의 역사로 보는 인류문명사
벤 윌슨 지음, 박수철 옮김, 박진빈 감수 / 매일경제신문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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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지금은 경기도에 거주하고 있다. 차로 5분이며 바로 서울로 갈 수 있는 거리다.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 태어난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내게는 너무도 당연하고 익숙하다. 지방은 일이나 여행으로 잠깐 들를 뿐이다. 가장 오래 서울을 벗어난 건 군대에 있을 때인데, 그 때도 근무지는 고양이었다. 휴가 때면 부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신촌으로 바로 올 수 있었다. 이런 환경이 상당히 운이 좋았음을 깨달은 건 한참 지나서였다. 물론 여전히 서울에 대한 거부감도 크다. 일단 너무 시끄럽고 정신이 없다. 게다가 공기도 나쁘다. 일을 마치고 집에 오면 머리가 아프다. 그럼에도 근방을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도시가 주는 혜택이 불이익보다 많기 때문이다.


<메트로폴리스>는 대도시의 마력을 파헤치고 있다. 숱한 비난과 오명에도 꿋꿋이 살아남아 건재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파리는 인상적이다. 누구에게나 동경의 대상이지만 실제로는 더럽고 지저분해 심지어 병까지 옮기는 도시. 특이한 건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을 타파하기 위해 새로운 시설을 설치하기보다 파리에서 펼쳐지는 공연에 몰두하고 도시가 주는 드라마에 심취한다. 우리가 서울을 욕하고 비판하면서도 어떻게 해서든 진입하고 싶은 건 본질적인 욕망 때문이 아닐까? 기껏 시멘트 덩어리에 불과한 아파트먼트의 평당 가격이 1억 원을 넘기는 현실을 보라. 문제는 이런 욕구를 제대로 읽지 못하는 정부다. 규제에 규제를 더하니 욕망은 더욱 치솟아 올라 이제 서울은 그냥 특별시가 아니라 금단의 땅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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