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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난 무한한 시공간으로의 여행
카를로 로벨리 지음, 김보희 옮김, 이중원 감수 / 쌤앤파커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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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시간이 쏜살같이 흘러간다고 말한다. 오랫동안 만나지 못했던 동창이나 어린 시절 이후 처음 방문한 동네를 대할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반면 거의 멈춰 있는 듯이 느껴지기도 한다. 군 입영 통지서를 받고 보충대에 들어간 첫 날 밤이 그랬다. 마치 시계가 멈춰버린 듯 한 적막감에 다들 한숨을 삼켰다. 정말 시간은 어떨 때는 빨리 다른 경우는 느리게 가는가? 정답은 맞다이다. 다시 말해 시간은 상대적이다. 당장 무슨 말도 안 되냐고 반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렇다면 시계는 왜 있는가? 그건 편의적인 도구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저 정의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로 지금과 같은 초단위 시계는 산업사회의 산물이다.
그렇다면 더 나아가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어떨까? 혹은 순간이 영원히 이어지다면? 이런 말같지 않는 소리를 하는 과학자가 있다. 주인공은 카를로 로벨리. 그는 과학은 철학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 세상과 동떨어진 전문 용어가 아니라 실생활과 밀접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인간의 시계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곧 어제와 오늘, 내일이 분리되지 않고 하나의 통속에 들어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이 속에서는 시간도 공간도 사라진다. 오로지 입자들만이 서로 부딪칠 뿐이다. 이 세계가 바로 양자역학이다. 아,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어. 이해한다. 과학은 편견과 고정관념을 깰 때 비로소 문을 열어준다. <만약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다면>은 이 길을 함께 할 유용한 동반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