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설렁탕 국물맛이라는 평이 딱 맞는 국수


진한 육향, 내 취향은 아닌 걸로 


냉면 추종자들이 들으면 질색을 할지 모르겠지만 냉면은 간단한 음식이다. 육수에 면을 담그면 그만이다. 고명이야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상관없다. 역설적으로 그래서 더 어렵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식당마다 맛이 다 다른 걸 보면 말이다.


봉밀가에 다녀왔다. 내가 방문한 곳은 강남구청점이다. 나름 유명하고 꽤 알려진 냉면집이다. 미슐랭에 선정되기도 했고. 일부러 조금 늦은 시간에 갔다. 점심때는 늘 웨이팅이 있다고 해서. 오후 2시쯤 도착해 대표 메뉴인 물냉면을 시켰다. 정식 명칭은 평양메밀물국수. 굳이 왜 이런 이름을 붙였는지는 직접 먹어보면 안다. 주문 즉시 면을 삶는지 꽤 오래 걸렸다. 


이윽고 놋그릇에 담긴 냉면 육수부터 들이키는데 순간 이건 냉면이 아니구나. 물 국수가 맞구나라는 깨달음이 왔다. 자세한 이유는 일단 면부터 먹고 나서. 면은 백퍼센트는 아니지만 메일이 지배하고 있었다. 메밀을 80프로, 고구마를 20프로 섞어 쓴다고 하는데 덕분에 이가 좋지 않은 나도 쉽게 끊어 먹을 수 있었다. 결국 한 그릇 가뿐하게 비워내기는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무엇보다 육향이 강해 깔끔한 냉면 육수를 선호하는 분들께는 추천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기름기까지 남아 있어 다 먹고 나서도 입안에서 향이 가시지 않았다. 물론 이런 두터운 느낌을 좋아하시는 이들도 있다. 전적으로 취향의 차이다.


그럼에도 다시 찾기가 꺼려지는 이유는 냉면뿐만 아니라 설렁탕과 다른 메뉴도 함께 산보이고 있어서다. 아니 다양하게 여러 요리를 먹어보는 게 데 낫지 않아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문제는 국물 베이스를 함께 쓴다는데 있다. 곧 설렁탕과 냉면의 국물이 같다. 물론 조절은 하겠지만 기본은 동일하다. 이렇게 되면 어떤 경우든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게 된다. 냉면집이 설렁탕을 하지 않고 반대로 설렁탕집이 냉면을 취급하지 않는데는 다 이유가 있다. 게다가 우동까지.


마지막으로 명함도 투머치다. 가게이름 밑에 이런 글을 적어놓았다. 봉밀가의 정성담긴 음식은 입으로 만들지 않습니다. ‘시간’과 진심이 담긴 ‘손’으로 만듭니다. 진심이 담긴 요리사. 언뜻 보면 대다한 장인 같아 보이지만 거의 모든 식당이 이런 심정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게 정상 아닌가? 마치 다른 음식점을 사이비처럼 보이게 만들고 있다. 물론 재료 대부분이 국산이고 새벽부터 열심히 육수를 우려낸다는 건 알지만, 이 또한 식당 안 여기저기 붙어 있는 글귀를 보고 깨달았다. 굳이 자화자찬식의 글귀는 쓸데없는 거부감을 불러일으킨다.


사진 출처 : 봉밀가 평양냉면. (강남구청 역, 삼성동) : 네이버 블로그 (naver.com)


이 글은 해당 업체를 포함한 어떠한 단체나 기관의 후원 없이 썼습니다. 직접 제 돈을 내서 먹어보고 정보차원에서 올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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