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g


21세기 자본을 다시 읽고 있다. 처음 접했을 때는 무지막지한 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화제성 여부를 떠나 너무 두꺼웠다. 뭘 이렇게 장황하게 써, 그냥 수식 하나로 다 해결 가능한 거 아니야, 라고 말하는 경제학 교수도 있다. 전적으로 동감하는 건 아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읽기 부담스럽다면 혹은 피케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싶다면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자본수익률은 성장률보다 높다. 늘 언제나 그랬듯이.


이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나도 포함된다. 여하튼 우리나라는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루었고 자본수익 증가는 결과이지 동력은 아니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들어 예언은 현실이 되었다. 부동산 가격 폭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아파트먼트 바닥에 금을 바른 것도 아닌데 하루아침에 수천만 원씩 오른다. 도대체 왜? 공급부족, 저금리, 정책실패가 큰 몫을 한 건 맞지만 결정적인 한방은 결국 자본수익률이다. 곧 일해서 버는 돈보다 자본이 끌어들인 이익이 훨씬 크다. 가령 예를 들어 박근혜 시절 무리해서 서울에 아파트먼트를 산 사람과 계속 전세에 머물고 있던 이간의 자산 격차는 어마무시하게 벌어졌을 것이다. 단지 순간의 선택이 이처럼 큰 격차를 벌일 줄 누가 알았겠는가? 


역설적으로 자본주의는 그래서 위대하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온갖 일을 순식간에 해치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누군가는 소외되고 가진 자와 못 가진 이들 간의 갈등은 폭발단계에 이른다. 과연 막스가 말한 대로 자산을 둘러싼 계급투쟁이 벌어질까? 글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도리어 기득권간의 분쟁이 멸망을 부추긴다. 가진 이들은 한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악을 쓴다. 이념과는 전혀 상관 없이. 현재 대한민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