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호가 될 수 없어>를 보다 가난을 떠올렸다. 박준형 김지혜 부부가 차를 타고 나들이에 나섰다. 문제는 트렁크 포함 자동차 안에 꽉 찬 쓰레기. 그러나 박준형 눈에는 다 필요한 물건들이다. 결국 세차장에 가서 싹 다 치우기로 하는데.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직접 확인하시길.


몸이 가난을 기억해서라는 말은 꽤 일리가 있다. 미국의 유명 가수 빌리 조엘은 힘든 젊은 시절을 보냈다. 성공 이후에도 그는 그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억만장자가 되었음에도 싸구려 술을 마시고 누군가 입다 버린 듯 한 옷들만 걸쳤다. 부인은 제발 그만하라고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기안 84도 마찬가지다. 찌질함의 대명사 같지만 사실 부자다. 송파에 자기 소유 건물도 있고 방송출연료는 심심풀이 땅콩 수준이다. 그럼에도 그는 편의점 음식을 즐겨 먹고 집안에 형광등이 꺼져도 그대로 방치하고 방송에서도 거의 같은 의상만 고집(?)한다. 아이유는 또 어떤가? 상상도 할 수 없이 돈을 번 그의 취미는 뜻밖에도 부동산 구매다. 청담동 빌라 분양가를 150억 원에 사들이는가 하면 과천, 양평 등에도 집이나 건물이 있다. 다른 연예인들과 다른 점이라면 그다지 수익을 얻지 못했다. 아마도 힘들었던 어린 시절의 한(?)을 그런 식으로 푸는 게 아닐까?


다행스럽게 나는 찢어지게 가난했던 적은 없다. 물론 부모님과 함께 네 식구가 단칸방에서 지낸 적도 있고 고시원에서 몇 달 묵은 적도 있지만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온갖 일을 하지는 않았다. 뭐 그렇다고 아주 부자도 아니었다. 그럭저럭 아니 보다 정확하게는 근근이 살았다고나 할까? 그 결과 절약에 대한 몸의 기억은 지우지 못하고 있다. 돈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아낀다. 예를 들면 집을 나설 때면 스위치 끄기는 물론이고 아예 전원 자체를 뽑아버린다. 휴대폰 충전도 따로 하지 않고 노트북이나 다른 전기장치를 쓸 때 케이블을 연결해서 한다. 웬만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택시는 안탄지 거의 10년이 넘는다. 어찌 보면 이런 건 미덕이다. 


정작 문제는 물건을 사고 나서 버리지 못한다. 특히 책이나 음반이 그렇다. 다른 건 그렇다 치고 이 둘은 정말 어찌하지 못한다. 집은 좁은데 당연히 쌓이게 마련이다. 언제 날 잡아 싹 버려야지라고 생각하다가도 훗날 다시 읽거나 들을지 몰라 그냥 쟁겨둔다. 차라리 이사를 갈까라는 생각도 했다. 소용없음을 알면서도. 지금까지 집을 옮기면서 책과 음반은 늘 함께였다. 이걸 가난 근성이라고 해야 할지는 정직하게 말해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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