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
내가 사는 아파트먼트 계단을 비추는 등이 꺼져 있다. 우리 층만 그런 줄 알았는데 확인해보니 전 층이 다 그렇다. 다행히 엘리베이터가 오고가는 천장에는 전등이 있어 아예 깜깜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사실이다. 다음날도 여전했다. 참고로 내가 사는 곳은 복도 형으로 한 층에 네 세대씩 15층이니 60가구가 산다. 한 가구당 최소 두 명씩만 거주한다고 해도 120명이다. 그 중에 단 한명도 관리실에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 중에는 나도 포함된다.
총대를 메었다. 마침 주말이라 관리실은 휴무다. 전화는 자동으로 기관실로 연결되었는데 그럴 리가 없다면서 바로 조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셋째날도 변화가 없었다. 화가 났다. 내가 이렇게까지 모두를 위해 수고를 했는데. 또다시 전화를 걸었다. 일요일 저녁이었다. 당연히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경비 아저씨분도 고쳤다고. 문제는 경비분이 비번이었다. 곧 경비절감을 이유로 하루씩 교대로 근무하는 바람에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오지지 않을 때가 있다. 결국 기관실에서 직접 나와 전등을 켰다. 누가 시킨 일도 아니지만 뿌듯함보다는 지쳤다가 솔직한 소감이다.
아무도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면 그냥 넘어가는 일이 어디 아파트먼트 계단 등뿐이겠는가? 가만히 있는 사람들의 마음도 이해는 간다. 직접 피해를 끼치지 않는 이상 쓸데없이 간섭해봤자 손해니까. 그러나 법은 권리 위에 잠자는 자를 보호하지 않듯이 합리적 무시는 궁극적으로 공동체에 큰 피해를 준다. 더욱이 부패가 무럭무럭 자라날 자양분이 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