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땐 선언을 해야 한다. 열심히 듣겠다고. 


일일이 세어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에 있는 음반은 얼추 만 장은 되는 듯싶다. 대부분이 클래시컬 음악이고 약 10분의 1정도가 가요, 팝송, 국악 기타 등등이다. 주로 씨디고 엘피는 약 10퍼센트 쯤 된다. 카세트 테이프는 5퍼센트 정도. 언제 이렇게 모았나라고 한숨을 쉴 때도 있지만 진짜 컬렉터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란다. 


문제는 과연 이 모든 음악을 다 들었는가이다. 창피하지만 답은 아니다이다. 정직하게 말해 절반도 안 될 것이다. 한 때는 하루에 서너 음반 이상은 꼬박꼬박 들은 적도 있지만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접하지 못한 지도 꽤 되었다. 곰곰 이유를 생각해보니 삶이 게을러져서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시간이 많아졌다. 역설적이게도 바쁠 때도 어떻게 해서든 음악을 곁에 두었는데 한가해지니 더 멀리하게 되었다. 모순도 이런 모순이 없다. 게다가 나이까지 들어 음악 듣는 것도 다소 귀찮을 때가 있다. 이럴 땐 선언을 해야 한다. 곧 담배를 끊고자 하는 사람이 금연소식을 주변에 널리 알리는 것처럼 앞으로 음악을 열심히 듣겠다. 적어도 내가 사 모은 음반만큼은 한 번은 듣고 죽겠다고 결심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간단히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감상한 음악에 대한 짧은 평을 남기면 계속 듣고 싶은 마음이 더 생기지 않을까? 자, 그렇다면 나의 첫 번째 음악노트의 주인공은 어떤 음반이 될까? 자못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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