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아홉 교향곡 - 새로운 세계와의 만남 거장이 만난 거장 6
엑토르 베를리오즈 지음, 이충훈 옮김 / 포노(PHONO)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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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의 말이나 글은 무시한다. 직접 현장에 뛰어 들 능력이나 재능이 없는 이들이 주변을 맴돌며 내뱉는 헛짓거리다, 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존재 이유는 친절한 길 안내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독설이 자신들의 무기라는 착각을 버려라.


그러나 때로는 예외도 있다. 평을 하다 필드에 나가는 경우다. 대게는 실패하기 마련이지만. 변명도 조잡하지만, 드물게 성공하는 사례도 있다. 베를리오즈도 그랬다. 음악평론으로 먹고 살다가 스스로 작곡에 나섰다. 그게 빅히트를 쳤다. 이쯤 되면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볼만 하지 않을까?


베토벤과 아홉 교향곡은 평소의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해결해준다. 베토벤하면 떠오르는 미치광이 작곡가라는 먹음직스러운 미끼는 배제한 채 철저히 음악에만 집중한다. 이를 테면 이런 식이다. 비평가들은 합창교향곡을 무시무시한 광기 혹은 천재의 마지막 미광微光(아주 희미하고 약한 불빛)으로나 볼 뿐이다. 그러나 베토벤은 이 교향곡에 앞서 이미 여덟 편을 썼다. 그가 관혁악법에서 썼던 수단으로 다다랐던 그 지점 너머로 나아가려면 남은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성악과 기악의 결합밖에 없다.


바로 이것이다. 제대로 된 평로이란. 평소 내 생각과 일치해서 더 짜릿했다. 베토벤이 미쳐서 작곡한 게 아니다.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었을 뿐이다. 제발 부탁이니 엉터리 평가에 휘둘리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많이많이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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