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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
구리하라 유이치로 엮음, 문승준 옮김 / 내친구의서재 / 2019년 2월
평점 :
정보가 많이 담긴 책은 피하는 편이다. 더 이상 인터넷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책의 기능은 이제 오래 두고 가끔 들춰보는 정서가 담긴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 그럼에도 잔뜩 자료를 담아내는 경우도 있다. 일본인들의 장기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100곡은 책 제목처럼 하루키가 쓴 소설 속에 나온 음악들을 소개하고 있다. 뭘 굳이 이렇게까지 라고 하면 할 말은 없지만 드라마 킹덤 덕에 나름 오지인 문경까지 오는 외국관광객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각자가 느끼는 감정의 강도는 다르게 마련이다. 이 책의 장점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나누어 작성했다는 점이다. 한 사람이 모두 집필했다며 알게 모르게 지루하고 관점의 변화도 없었을 텐데 다양한 인물이 참석한 덕에 내용이 풍부해졌다.
나는 이 글을 리스트의 순례의 들으며 쓰고 있다. 하루키가 아니었다면 전혀 몰랐을 곡이다. 내친 김에 99장짜리 리스트 전집까지 사버렸다. 오, 놀라운 소설의 힘이여. 과연 평론가는 이 곡을 어떻게 묘사했을까?
인상적인 선율로 시작해서, 몇 소절마나 조성이 변화하며 이리저리 헤맨다. 주부에 돌입하면 민요풍의 선율이 들려오지만, 금방 처음의 분위기로 돌아가고 만다. 중간부에서 갑자기 장조로 조바꿈하는 부분은 달콤한 우울감을 느끼게 하지만 그것 역시 오래가지 않는다.
이 주정에 동의하는가? 글쎄, 그런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은데. 참고로 나는 이런 감상적인 평은 선호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글을 읽음으로써 음악을 알게 되었다는 것. 개인적으로 무라카미의 소설에 등장한 음악 중 가장 인상적인 건 로시니의 도둑까치 서곡이었다. 지금도 들으면 주인공이 스파게티 면을 삶는 장면이 떠오를 정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