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는 바보였습니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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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궁금했다. 히가시노 게이고 다작의 비결이. 그는 늘 뭔가를 끊임없이 쓰고 있다. 마치 스티븐 킹처럼. 물론 그 중에는 형편없는 작품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좋다. 구체적으로 잘 읽힌다. 독자로서 그보다 더 좋은 기쁨이 어디 있겠는가? 소설 쓰는 짬짬이 에세이도 꽤 쓴다. 대부분은 연재물이라 중구난방이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은 다르다. 작가의 성장사를 온전히 볼 수 있다. 초등학생 때부터 대학졸업무렵까지. 문제는 창작의 비밀을 어느 곳에서도 발견할 수 없다. 수많은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모티브가 될 만한 소재가 보이지 않는다. 그저 웃고 떠들고 시시 껄렁 농담을 해댄다. 어쩌면 지극히 평범한 이야기다. 공부에 그다지 취미를 붙이지 못했지만 친구들은 끔찍이 좋아하는. 그러면서도 이왕이면 일류대학에 지원하는 게 폼이 나 보여서 겁도 없이 게이오대학(우리나라의 연세대학쯤 된다) 시험을 봤지만 보기 좋게 낙방. 재수 끝에 간신히 지방대학에 이 지망으로 붙은 걸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베스트 10에 들 정도로 행복한 순간이었다고 기억하는. 사실 그게 바로 게이고다. 일상으로 가장한 비범함이라고나 할까? 


와세다 대학(우리나라로 치면 고려대학교)에 합격하고도 별다른 공부를 하지 않았는데도 통과되었다고 허세를 떨며 이런 지저분한 학교인 줄 알았으면 오지 않았을 거라는 망발을 해대는 무라카미 하루키보다는 훨씬 인간적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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