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LC3500, 내 곁을 가장 오래 지켰던 휴대전화기
I sing you sing we all sing the new song
내 첫 휴대전화는 엘지폰이었다. 번호도 019로 시작했다. 내 선택은 아니었다. 아버지께서 개통하면서 함께 한 것이다. 가족이 함께 가입하면 쌌었던 듯싶다. 아무튼 꽤 오랫동안 잘 썼다. 초창기 모델이라 무겁고 무전기 모양이라 주머니에 넣기도 불편했지만. 두 번째 전화기는 애니콜이었다. 고장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바꿨다. 손안에 쏙 들어오고 가벼워서 편했다. 그럼에도 번호는 여전히 019 였다. 세 번째는 다시 엘지전화기. 이번에도 수리불가라 다른 선택이 없었다. 동네 대리점에서 싸고 튼튼한 걸로 달라고 하니 권해준 게 슬라이딩 폰이었다. 지금까지 써 본 전화기 중 가장 애착이 강하다. 부품이 없어 망가진 지 오래된 걸 아직도 가지고 있는 걸 보면. 심지어 중고로 다시 산 걸 포함해 두 개씩이나.
스마트폰으로 갈아탄 건 작년이다. 늦어도 너무 늦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어찌 살았을까 싶지만 그 때는 또 그 나름대로 큰 문제가 없었다. 무엇보다 통신비가 저렴했다. 한 달 평균 만 원 안팎이었으니. 단연히 통신사는 계속 유지했다. 엘지가 휴대폰 사업을 중단했다. 소문이 무성했는데 결국 아니 땐 굴뚝이 아니었다. 정직하게 말해 큰 아쉬움은 없다. 작년에 이미 나는 노트북 9을 구입하고 통신사도 에스케이로 바꿨다.
그럼에도 가끔 엘지폰 쓰던 시절이 생각난다. 키판을 꾹꾹 눌러 문자를 보내던 추억, 전원을 꺼놓아도 다시 키면 수신기록이 나와 편했던 기억(에스케이는 이 기능이 없다. 무조건 음성통화를 남겨야만 확인이 가능하다. 은근히 불편하다), 켜자마자 울리던 리얼 그룹의 아이 씽 유 씽 멜로디. 아 또 한 가지. 언젠가 서비스를 개편하면서 한 달에 두 번, 곧 일 년에 스물네 번 극장에서 영화를 공짜로 볼 수 있었다. 진짜 그 혜택 덕분에 갈아타지 않았는데. 물론 몇 년 가지 않아 없어졌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