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산문
장기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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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이 장기하 음악인생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장기하를 처음 티브이에서 봤을 때 충격이었다. 텁수룩한 마리에 까칠한 수염, 주절거리듯 노래하는 그를 보고 뭥미? 이른바 88만원세대를 대변하는 듯했던 그의 정체는 금세 탄로났다. 서울대 출신에 번듯한 구체적으로 강남 태생. 그럼 싸구려 커피는 거짓말이었나? 그건 군대시절의 체험을 바탕으로. 아, 위대한 대한민국, 군은 절대평등사회구나.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버릴 것 같았던 그의 인기는 어느 순간 다시 활활 타올랐는데. 열애설 덕분이다. 상대는 무려 아이유. 와우 에스대 사회학과는 괜한 백이 아니었구나. 그런 그가 책을 냈다. 당연히 호사가들은 득달같이 달려들었는데 결과는 맹탕. 마치 진한 술을 기대했는데 맹물을 잔뜩 부어 술인지 물인지 구분이 가지 않는 듯하다. 굳이 열애 이야기를 해달라는 건 아니다. 왜 진솔하게 자신을 드러내지 못하는가? 아무리 연재물을 모은 책이라 해도 록 스피릿은 살아있어야 하는게 아닌가? 웬 뜬금없이 라면에 냉장고에 피아노 제대로 배우지 못한걸 후회하는가? 잘 못 쳐서 좋다는 건 또 뭔가? 


그러다 깨달았다. 이 사람은 음악인으로서의 정체성보다 엘리트주의가 더 강하구나. 어리석은 자신을 드래내기 보다 자기합리화의 귀재구나. 스물한 살 이후 음악 외에 하고 싶은 게 별로 없었다면서 꾸역꾸역 대학을 졸업한 이유는? 그가 직접 말한 것처럼 간판도 중요하니까? 그러나 이건 이율배반이다. 한창 기타를 배울 때라 학교 가는 시간이 아까워 고등학교 입학하자마자 때려치웠다는 서태지까지는 아니더라도. 심지어 더 일찍 그만두었다면 더욱 음악에 매진했을텐데라고 아쉬워하는, 혹은 마왕이라 불리며 미루고 미루다 겨우 서강대 철학과를 마친 신해철은 아니더라도. 다음에 혹시 책을 또 낼 생각이 있다면 그 때는 진짜 솔직히 이야기해보자.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이 장기하씨의 음악인생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음악외적인 건 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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