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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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하루키의 오랜 팬이다. 단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훨씬 더 좋아한다. 그의 소설은 여전히 내게 거북하다. 그나마 조금 친근하게 다가온 건 IQ84이후였다. 그 전까지는 실험성이 너무 강했다. 반면 수필은 처음부터 좋았다. 이른바 어깨에서 힘을 빼고 독자와 밀당하듯 하는 글 솜씨가 탁월했다. 일인칭 단수는 초기 하루키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좋았다. 부드러운 섹스 신을 넣어 남자는 물론 여성층까지 사로잡는 기술이나 특기인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삽입하여 은근히 자기 지식을 자랑하거나 자신이 나고 자란 동네의 풍경, 곧 항구너머 바다가 보였다 사라지는 고갯길도 어김없이 등장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반가운 건 진구구장. 무라카미가 하도 많이 언급해서 언젠가 가본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정도다. 이 책은 그가 별 볼일 없을 때부터(?) 팬이었던 나 같은 사람에게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거장이 되었다고 몸에 힘 빡주고 거드름 피우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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