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민경욱 옮김 / ㈜소미미디어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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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호 피디가 무한도전으로 유명세를 치를 때 그는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소재고갈이라는 암초에 부딪쳤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매주 한 시간 반 분량의 예능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게다가 장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6개월 혹은 1년 가까이 촬영하는 경우도 있었으니 고통이 오죽했겠는가? 결국 시즌제를 하네 누가 하차를 하네라는 논란 끝에 아예 무한도전을 접었다. 그만큼 소재를 찾기가 어렵다는 말이다.


히가시노 게이고도 갈 때까지 갔구나라는 느낌이 든다. 베스트셀러 작가이면서 다작으로 유명한 그에게도 한계가 온 것이다. 추리라는 키워드는 계속 끌고가고 있지만 소재는 구태의연해졌다. 구체적으로 자신이 속한 세상인 출판계를 자주 다루는 걸 보면. 물론 출판시장도 나름 재미있는 요소겠으나 작가가 익히 알고 있는 세상을 글로 쓴다는 건 누가 봐도 소재고갈이다. 일회성 정도로 다룰 수는 있겠으나 그것이 알고 싶다도 아니고 문학계를 계속 언급하는 것을 보면 더욱 확신이 든다.


추리소설가의 살인사건은 2001년에 발표했으니 최근작은 아니다. 역설적으로 뒤늦게 지금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그만큼 매력이 덜하다는 뜻이다. 신작이 늦으니 그의 작품들을 죄다 뒤져 뭐라도 찍어내자라는 의도가 느껴진다. 물론 히가시노 팬들에게는 기쁜 소식이겠지만 냉정하게 말해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다. 그의 글들 가운데에서도 평균이하라는 평이 중론이다. 


실제로 각 이야기들이 완결되었다기 보다는 하다 만 듯하다. 예를 들어 이과계 살인사건은 책속의 책이라는 고리타분한 방식을 택했는데, 각 스토리가 따로 노는 건 둘째 치고 결말 또한 황당하다. 아마추어 작가의 치기어린 실험작같다고나 할까? 김태호 피디가 잠시 쉬고 가장 믿고 의지하는 유재석을 내세워 원맨 멀티플레이어를 지향하듯 히가시노 게이고도 일단 펜을 놓아야 하는 게 아닐까? 요구가 있다고 그냥 막 써재끼는 게 아니라. 그 요구라는 것도 엄밀하게 말해 독자들이 아니라 출판사들일 텐데. 그들을 위한 서비스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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