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나무를 오르기는 잘 하지만 내려오기는 잘 못한다. 그런데 새끼 고양이는 그걸 모른다. 열심히 올라가기는 했는데, 자신이 얼마나 높이 올라왔는지를 알고는 오금이 저렸으리라. _무라카미 하루키, <고양이를 버리다>


뭔가 일이 터져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사람을 보는 마음은 복잡 미묘하다. 특히 그 인간을 직간접적으로 아는 경우는. 내게도 그런 경우가 생겼다. 아주 오래는 아니지만 꽤 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불행하게도 좋은 기억 쪽은 아니다. 그는 매우 똑똑하고 순발력 좋고 윗사람 비위도 잘 맞추고 아래 직원들과도 잘 어울렸다. 이런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단점이 있었으니 그건 쉽게 판단하고 단정 짓는 성격이었다. 곧 상황을 재빠르게 판단하고 바로 결정을 내렸다. 어찌 보면 직장생활에서는 큰 덕목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말들이 대표적이다. 더디 가도 충분히 공감을 얻어야 마땅한 일도 늘 최단거리 주자처럼 달리다보니 상처받는 사람들은 갈수록 늘어났다. 그는 알았어야 했다. 자신이 올라갈 위치는 딱 일급 조언자까지였음을. 스스로가 최고 결정자가 되어 칼날을 휘둘러서는 안 되었다. 물론 갖은 고생 끝에 쟁취한 왕관이 자신을 옥죄는 족쇄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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