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오전 찌뿌둥한 몸을 책장에 기대고, 참고로 우리 집에는 소파가 없다, 리모컨으로 이리저리 채널을 돌리다 허지웅을 만났다. 고민사연을 상담해주는 내용이었다. 딱히 무대장치도 없고 자신의 집 응접실에서 하는 것으로 보아 개인 방송인 듯싶었다. 화면 아래 날짜가 나와 보니 2020년 2월이었다. 큰 병을 치르고 난 후여서인지 과거처럼 날카롭게 일침을 날리기보다는 좋게 좋게 충고하는 형식이었다. 특이한 건 그가 말끝마다 삶의 확대경 혹은 돋보기를 치우라는 말을 했다. 곧 누구나 걱정을 안고 사는데 자신만 유별나게 고생한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맞는 말이다. 내 눈 안의 티는 천근만근이기 마련이다. 


문제는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해도 마음은 따로 논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 며칠 남들이 들으면 헛웃음을 칠 일로 골머리를 앓았다. 잠을 잘 자지 못할 정도였다. 어찌 어찌 극복하고 있지만 언제 또 터질지 모르는 지뢰밭이다. 이럴 때 필요한 건 회피다. 곧 비슷한 상황에 처하는 걸 원천 차단하는 거다. 가장 좋은 방법은 환경을 바꾸는 것이다. 아예 집이나 일터를 옮기는 수도 있지만 잠시 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다. 익숙함과 결별하는 것이다. 코로나가 심한 지금같은 처지에 어렵다면 어떻게 해서라도 주변을 변화시켜야 한다. 하다못해 매일 오고가는 길에서 멀어져 다른 통로를 개척해보시라. 그래야만 비로소 삶을 확대경과 돋보기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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